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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고

업에 대해서: 대학생활 회고

by Maurice 2023. 8. 3.

거의 10년 동안 고민했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정리되어서 회고를 남겨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본질을 찾는 것을 좋아해요. 어떤 프로덕트던 그 안의 본질을 탐구하면 간단하게 한 두 문장으로 정리될 만큼 심플해요. 그 문장은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이자 해당 프로덕트가 추구하는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걸 사용자들한테 전달하기 위해 기능이 전달해야 하는 가치와 각 화면에서 말하는 메시지를 예쁘게 다듬는 것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제가 이런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는데, 그걸 다양한 방식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앞서 말한 내용을 깨달은 것은 한두달 전, 만으로 30대를 앞두고 얼마 안되었을 때였어요. 깨달음의 순간은 정말 느닷없이 찾아왔는데, 네트워킹 파티에서 누가 저한테 서비스 기획자로 왜 일하냐고 물어봤을 때 제가 저렇게 답하더라구요. 그 때 알았어요. 제가 왜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학하고 싶은 학과가 명확했어요. 언론홍보학나 경영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광고인이 되고 싶었거든요. 창의적인 광고물을 볼 때 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10초 내지 30초 가량의 짧은 광고영상이나 지면광고, 혹은 캠페인을 볼 때마다 광고창작자들이 클라이언트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본질을 탐구해서 그것을 짧은 순간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게 매력을 느꼈어요. (나중에 행동경제학에 대해 공부하다니 광고보다는 행동경제학과 넛지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언론홍보학과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했어요. 강의를 수강하고 보니, 조별 과제를 하다보니 저랑 핏이 안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이 때도 핏이 왜 안맞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었는데, 나중에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지인과 이야기 하다보니 보통 광고인을 꿈꿔서 언론홍보학과에 입학한 학부생들은 화려한 커머셜 등을 꿈꿔서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팬시한 방법에 대해 주로 생각하다보니 제가 생각한 거랑은 사고의 시작이 달랐을 거라고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결국 저는 경영학과로 진학했고 국제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마케팅 강의를 주로 들었습니다. 마케팅도 기업의 비전을 이해하고 활동을 전개하는 측면에서 제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국제학은 국가간에 존재하는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역사의 타임라인을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간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맥락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캐릭터, 즉 국가와 민족의 행동방식의 본질을 알아야 했었고, 이는 저랑 꽤 잘 맞았습니다.

 

당시에 대학생이던 저는 '그냥 마케팅이랑 국제학이 나랑 잘 맞아. 회계랑 인사는 나랑 안맞고 언론홍보학과도 수강했는데 안맞더라.'하고 주위에 말하고 다녔어요. 왜 좋아하고 끌렸는지는 위에서 서술했던 것처럼 설명하지 못했어요. 근데 이제 저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나간 과거의 선택들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동시에 저는 제 성향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저는 직관이 꽤 좋은 편이라는 거에요. 다만 직관이 좋아서 뭘 해야하는지를 잘 캐치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즉시 설명을 못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 그래서 이런 거구나.'하고 불현듯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또, 이론을 듣는 것 보다는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많이 더 많이 배워요. 글을 쓰다보니 제 성향도 세 가지의 학과를 다니면서 경험한 케이스를 통해 이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제 첫 직장에 대해서도 글을 써봐야겠어요. 요즘에 20대에 제가 느꼈던 것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있습니다. 스스로 30대로 넘어갈 준비를  있는 것 같아요ㅎㅎㅎㅎ

 

어쨌든 10년간 치열하게 고민했던 업에 대한 생각들이 하나로 꿰어지고 명쾌하게 정리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30대의 시작을 조금 더 명쾌하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는 제가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어떤 메시지인지 구체화되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다음에 이직을 한다면 비전이 명확하고, 그 비전에 대해 제가 공감하는 회사로 이직하고 싶어요. 아직은 도메인조차 정하지는 못했지만 만약 그런 곳을 찾는다면 정말 일할 맛이 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